[글마당] 산다는 것은
산다는 것은 반복하고 반복되는 그쯤의 사이에서 반복 아닌 것을 찾아 헤매는 일 죽을 때까지 아침을 반복하면서도 질리지 않아 저녁도 분질러내지 못하고 반복 아닌 일을 다시 반복하는 일 입가에 도는 미소도 반복으로 뜸이 들어 일상의 수행을 퍼즐처럼 맞추어가며 그 여백에 죽을 힘 다해 남은 날도 모르고 가는 길 의무도 아니고 힘도 아닌 혹 뭘 몰라도 가기만 하는 그 길 산다는 것은 울다가도 멈춰 웃어 가야 하는 매무새의 길 눈 깜작할 사이 바뀌는 계절도 머물지 못하는 곳으로 돌아와 맞바람 맞는 삿대의 길 물기 마른 사이에서 노는 현란한 문명의 기기들까지 소리만 들리는 그 지능만을 가지고도 무엇이든 짓고 허물고 만나고 노래하고 그것이 금세의 이음새일 뿐 보지 못한 뜸한 사이 마트에 장 보러 나왔다고 딱 한 번 마주치고 손 흔들고 간 그 친구 그렇게 바쁘기를 반복하다가 어찌 그리 거짓 같은 부고가 뜬 일요일 아침 산다는 것은 손정아 / 시인·롱아일랜드글마당 일요일 아침 사이 마트